e스포츠에서 VALORANT가 앞으로 CS:GO를 밀어내고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인가(또는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공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전통 스포츠를 살펴보고 럭비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왜 이게 비교 대상일까요?
보통은 전통 스포츠에서 e스포츠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유사점을 찾아보려는 경우 축구, 농구, 미식축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럭비를 예시로 들 텐데 여기에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본질적으로 럭비 종목들이 동일한 뿌리를 가졌고 서로 상호 대체 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저는 영국 사람이라서 Rugby Union과 Rugby League의 분리가 훨씬 더 논의하기 편한 예시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두 게임이 공존하는 것은 가능하며 한 쪽이 다른 쪽을 없앨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공존할 의지만 있으면 되죠.
먼저 둘의 배경을 보면, "현대" 럭비 형식은 1895년에 영국 북부 지방의 22개 클럽이 한 호텔에서 만나 훗날 Rugby League가 되는 "Northern Rugby Football Union"을 창설하기로 하면서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영국 남부 지역에 근간을 둔 Rugby Football Union이 선수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는 완전한 아마추어 게임으로 럭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러한 분리 움직임에 더욱 박차가 가해졌습니다.
이러한 분리는 영구적으로 되었고 서로 각자의 길을 가며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선수 수가 달라졌습니다. League에서 한 팀에 13명의 플레이어를 두면서 원래 Union에서 사용하던 15명의 플레이어보다 선수 수가 줄었습니다. 트라이의 포인트 또한 변경되어 League에서는 4점으로, Union에서는 5점으로 정했습니다.
- 더 보기: 온라인 CS:GO로의 전환이 미치는 영향
플레이어 수와 포인트 변경 외에도 럭비 관중이 보게 된 한 가지 큰 차이점은 태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Rugby League에서는 태클 후 볼 점유 기간당 최대 6번 볼을 팀원에게 롤백으로 줘야 합니다. 트라이 득점에 실패하거나 볼이 플레이 정지되지 않으면 이 6번의 기회가 끝나기 전에 상대 쪽으로 볼을 차야 합니다. 만약 이후에 볼이 플레이 정지되면 6명의 선수로 구성된 스크럼으로 경기가 재개됩니다.
Rugby Union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가 태클을 당하면 볼은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양발로 서 있고 태클을 한 팀의 선수라면 누구든 주워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러크"와 "몰"이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각 팀은 상대팀 플레이어가 볼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거나 태클을 당했을 때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볼이 나가면 "라인아웃"(축구의 스로인과 유사)을 통해 재개되며 스크럼은 다른 반칙 행위가 발생했을 때 실시됩니다.
League 경기 버전이 원조 Union 경기 버전의 형식을 앞서며 1세기 동안 프로 스포츠로써 번창했지만 1995년 RFU가 Rugby Union을 프로 스포츠로 개방하게 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습니다. 북부 팀들이 생활 유지를 위해 다른 길을 간 지 100년이 지나자, Union도 돈을 받고 경기하는 노선으로 갈아탄 것입니다. 이후 20년 동안 Union은 둘 중에 훨씬 수익성이 좋은 프로 종목으로 자신을 내세우며 자리매김했습니다.
- 읽어보기: 어째서 CS:GO는 인기가 있을까요?
Union과 League 사이의 분열은 금전적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Counter-Strike와 VALORANT라는 두 FPS 게임의 초반 분열은 각 게임의 규칙과 인기도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게임을 간단히 보기만 해도 핵심적인 차이점들을 알 수 있습니다.
CS:GO와 VALORANT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CS:GO와 VALORANT의 경우에 비견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CS:GO와 VALORANT는 겉으로 얼추 비슷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두 게임 모두 동일한 핵심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각 게임에 집중해야만 개별 특성(각 게임의 케미스트리의 핵심)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CS:GO와 VALORANT 모두 라운드를 승리하는 방식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두 게임 모두 상대 팀원을 전부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확실하게 똑같은 부분이죠. 다른 라운드 승리 조건은 어떤 팀을 플레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테러리스트 부대 또는 공격 팀이 되어 폭탄/스파이크를 설치해 이것을 폭발시키든지, 대테러부대가 되어 라운드 시간이 다 되기를 기다리거나 폭탄/스파이크가 터지기 전에 이를 해제해야 합니다.
두 게임이 갖고 있는 무기 형태도 대부분 유사합니다. 둘 다 소총, 기관단총, 산탄총, 저격총, 중화기 등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명칭은 달라도 CS:GO의 AK-47, M4A4, AWP, Desert Eagle이 VALORANT의 Vandal, Phantom, Operator, Sheriff와 유사하다는 것은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심지어 두 게임 모두 구매 가능한 갖가지 방어구를 제공합니다.
두 게임의 첫 번째 차이점은 한 경기의 라운드 수입니다. CS:GO에서는 각 진영으로 15라운드(총 30라운드)를 싸우며, 두 진영을 플레이하는 동안 규정 시간 내에 총 16라운드를 이겨야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VALORANT의 경우 각 라운드 수가 12라운드로 줄었고 승리하려면 13라운드를 이겨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연장전도 달라서 CS:GO의 경우에는 승자가 생길 때까지 3라운드씩 전후반전을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VALORANT는 2라운드를 연이어 이기는 팀이 나올 때까지 진행합니다.
라운드 최장 시간도 달라서 CS:GO는 1분 55초 동안 진행되며 폭탄이 터지기까지 40초가 필요합니다. VALORANT는 1분 40초 동안 진행되고 스파이크가 터지기까지 45초가 필요합니다. 폭탄/스파이크 해제 역시 달리 진행되는데 CS:GO의 경우 중단 없이 5초 또는 10초가 필요하고 VALORANT는 7초가 필요한데 중단되어도 3.5초에서 재개가 가능합니다.
자연적으로 VALORANT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캐릭터(요원)야말로 CS:GO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능력은 CS:GO의 수류탄을 대체하며, 요원마다 갖고 있는 능력이 달라 섬광을 쏘기도 하고, 화염구를 던지거나, 연막을 만들어 시야를 가리거나, 다양한 콤보로 얼음 벽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Valorant의 이런 부분은 CS:GO보다는 Overwatch에 가깝지만 무기의 정확도 때문에 다시 CS:GO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게임의 미래
그렇다면 이 두 게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Riot Games가 VALORANT를 다른 타이틀인 League of Legends와 같은 길로 끌고 간다면, 전 세계에서 대략 1년 반 동안 오픈 토너먼트를 개최한 후 각 지역에 맞는 리그로 나눌 가능성이 큽니다. 프랜차이즈 가능성이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걸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일이 당장 가능하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Riot Games가 수익 회수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그 전에 먼저 VALORANT의 근간을 천천히 마련해야 하니까요.
표면적으로는 CS:GO와 VALORANT 모두 동일한 핵심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집중해서 봐야만 개별 특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Rugby Union이 전 세계에 상류 럭비 종목으로 우월함을 내세워도, Rugby League는 특히 북부 영국과 호주 지역의 노동자 커뮤니티에서 여전히 강력한 프로 종목으로서 그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CS:GO와 VALORANT의 미래에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각자의 시장과 강력한 추종자들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VALORANT가 아직 신생 게임이기는 하지만 벌써 많은 플레이어들이 CS:GO에서 VALORANT로 "갈아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 VALORANT 최고 팀 대부분은 이전 CS:GO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럽은 대부분 티어 2에서 더 나아갈 수 없었던 선수들과 몇 년 전 CS:GO 탑 티어에서 빠진 Adil "ScreaM" Benrlitom과 같은 한두 명의 대형 스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미는 경쟁 분야에서 최근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선수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선수인 Nicholas "nitr0" Cannella부터 시작해 MDL 디비전에서 바로 넘어온 플레이어들까지 다양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수익성이 더 큰 게임을 좇아 정기적으로 게임을 바꿔가면서 하게 될까요, 아니면 신생 게임으로 옮겨갔던 플레이어들이 결국 도약하지 못하고 친숙한 예전 게임으로 돌아오게 될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플레이어를 계속 쫓아다니기 위해 두 게임 모두를 활발히 챙겨 보면서 두 게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고 기억해야 하는 그런 미래가 오게 될까요?
하지만 그런 미래가 오려면 결국 Valve가 발매 이후 애매하게 등한시하던 자기 게임의 프로 경쟁 측면을 지원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언젠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일정이 전부 불투명하고 2021년 첫 Major 대회 취소와 더불어 Major Ranking 이벤트 상태도 아직 미정이고 처리할 일도 여러 가지가 남아있는 것을 보는 CS:GO 팀 운영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그런 미래가 오려면 VALORANT 쪽에서도 경쟁 이벤트를 좀 더 갈고 닦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First Strike와 같은 이벤트만 보더라도 방송과 토너먼트 형식 측면에서 할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 게임의 일정(Championship Tour를 시작하기 전)에 잡힌 첫 번째 "대형" 이벤트들을 무사히 치르려면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이 남았습니다. 플레이어 모델도 더 다듬고, HUD도 보다 깔끔하고 작아져야 하며, 데스 카메라의 아래를 향하는 카메라 워크도 더 부드러워야 하고, 미니맵도 좀 더 깔끔하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최근 이벤트를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것 중 몇 가지일 뿐입니다.
미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내다보려면 점쟁이의 구슬이 있든지 용한 무당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전통 스포츠를 통해 제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공존할 수 있고 한 쪽이 다른 쪽을 없앨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공존할 의지와 개선이 필요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