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킬/데스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플레이에서 드러나는 형체 없는 요소가 많죠. 이번 기사에서는 Fnatic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LoL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이 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 "Bwipo"와 "Hylissang"이 어떻게 혁명을 시작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Fnatic의 정체성 혼란을 바로잡은 혁명
LoL Pro League(LPL) 챔피언인 Top Esports(TES)에게 World Championship 8강에서 3-2로 패배하면서 Fnatic League of Legends(LoL) 팀의 시즌은 막을 내렸습니다. 2020년을 되돌아보면 Fnatic이 챔피언십 우승 후보 팀을 상대로 그렇게 간발의 차로 패배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언급을 하겠지만, Fnatic에 있어 올해는 기묘하면서도 좌절로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전도가 유망한 한해였습니다.
LoL European Championship(LEC)의 Spring Split에서 Fnatic은 플레이오프 초반에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결승전에서 G2 Esports에게 3-0으로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그 뒤로 4게임 연속 패배를 포함해 끔찍했던 정규 시즌에 이어 Summer Split 플레이오프에도 들어가지 못할 뻔했습니다.
Summer Split은 Spring Split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어 Fnatic은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결승에서 G2 Esports에게 3-0으로 너무 쉽게 지고 말았습니다. Fnatic은 불과 Summer 결승전 일주일 전 5판 3선승제 게임에서 G2를 멋지게 물리친 걸 고려하면,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픈 패배였습니다(Fnatic의 정규 시즌 전적을 고려하면 이긴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Fnatic은 LEC에서 치른 게임 대다수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선수들은 팀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래도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고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경쟁 LoL 세계의 진화
수년간 대한민국은 깔끔한 매크로 플레이로 팬들을 쭉 만족시켰습니다. 대한민국 팀은 너무나 오랜 기간 우위를 점했으며, 수많은 이가 천천히 판을 통제하는 접근법만이 효율적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할 유일한 방식이라고 여겼습니다. 이게 여전히 맞는 것이라 믿는 엘리트주의자들이 남아있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종합 국제 성적을 살펴보면 아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경쟁 LoL 세계가 변한 것이죠. 경기의 템포가 엄청나게 빨라졌기에 시야 통제만으로 승리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게 됐으며, 포탑 방패가 추가되면서 게임 초반 상황 주도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팀은 창의력이 넘치며 상대 팀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어떤 소규모 접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팀이어야 합니다. 그게 LoL Pro League 출신 팀들이 흥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부류의 팀은 골드에서 앞서거나 수적 어드밴티지를 얻은 순간이 아닌, 상대 팀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를 이길 수 있는 싸움으로 정의합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이들은 다른 팀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회를 찾게 됩니다.
유럽 코치 Jakob "YamatoCannon" Mebdi는 2018년 World에서 EU 팀에게 끊임없이 "자신에게 충실하라"라고 이야기하며 이들을 단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Fnatic은 마침내 저 경구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Fnatic의 반격
현재 Fnatic은 탑 레이너 Gabriël "Bwipo" Rau와 서포터 Zdravets "Hylissang" Galabov가 주도하는 내부의 혁명을 겪는 중입니다. 이 두 사람은 팀의 핵심이자 팀 반등의 결정적 요인입니다.
팀 구성원의 자질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전설적인 커리어를 가진 봇 레이너 Martin "Rekkles" Larssen이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캐리 정글러 메타 당시 빛나던 Oskar "Selfmade" Boderek이 Fnatic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Oskar가 올해 팀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Bwipo"와 "Hylissang" 듀오가 아니었다면 Oskar가 제 몫을 하기 훨씬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저 두 사람은 욕설과 비난을 묵묵히 견뎌야만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LEC와 Fnatic 팬들은 끊임없이 두 선수에게 의심을 품었으며 몇몇은 심지어 교체나 당하라고 빌기까지 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자주 죽었기에 일부 비판은 확실히 옳은 비판이긴 하지만, 저는 이 두 선수의 공격성이 Fnatic에 필요하다고 진정으로 믿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지금껏 "Bwipo"와 여러 번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며, 그중 그가 했던 한 마디는 제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승리하지 않는 이상 Fnatic에서 제가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Hylissang도 저와 마찬가지 처지로 보입니다. Fnatic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저희가 고의 피팅을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우리는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며, 상대를 압도할 1%의 기회라도 있다고 느끼면 맞서 싸울 것입니다. 저는 결과라고는 없는 100%보다 그 1%에 더 걸고 싶습니다."
인터뷰 마지막 부분이 제가 LPL 팀들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나요?
LoL은 킬/데스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플레이에서 드러나는 형체 없는 요소가 많죠. 그리고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Hylissang"입니다. 이 불가리아 출신 선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입니다. World Championship에서 그의 서포터 이력을 살펴보면 토너먼트에서 그다지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게임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설 것입니다.
TES와 경기를 치르기 전에 Fnatic은 모든 경기에서 퍼스트 블러드를 따냈고 이 중 절반이 이 봇 레인 듀오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TES보다 Fnatic이 앞서나가기 시작한 두 게임에서 "Hylissang"과 "Rekkles"가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봇 레인에서 첫 킬이 나왔습니다. 우리 모두 경기 전반에 걸쳐 "Hylissang"의 환상적인 교전 실력을 보았습니다. 1게임에서 그는 혼자 이전 세계 챔피언인 Yu "JackeyLove" Wen-Bo를 여러 차례의 팀전에서 잡아냈습니다.
Bwipo: "우리는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며, 상대를 압도할 1%의 기회라도 있다고 느끼면 맞서 싸울 것입니다. 저는 결과라고는 없는 100%보다 그 1%에 더 걸고 싶습니다."
그러나 "Hylissang"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많은 프로 선수가 지적하듯 그는 자신의 레인 상대방이 유리한 귀환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이 불가리아인 선수는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압박을 가하며 서포터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넘어서는 활약을 보입니다. 혼자 힘으로 측면을 습격하거나, 억제기 백도어를 하는 선수죠! "Hylissang"은 근래 볼 수 있는 선수 중 가장 독특한 프로 선수이며 그 때문에 G2 설립자 Carlos "Ocelote" Rodríguez Santiago는 Fnatic의 서포터인 그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LEC 중계 분석진이 여러 번 말했고 우리 모두가 들었듯, Fnatic이 이토록 무서운 팀인 이유는 상대방이 순간적인 판단을 끊임없이 내리게 만드는 능력 때문입니다. 이들은 맵상의 오브젝트 트레이딩이든, 교전을 하든 상대방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을 만큼의 압박을 끊임없이 가합니다.
물론 "Hylissang"이 뿜어내는 압박감은 이러한 전략에 필수적이지만, "Bwipo" 또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벨기에 출신의 이 선수는 대다수 경기에서 약한 팀에서 플레이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일조하는 방향을 항상 찾아냅니다. 어이없는 데스로 악명을 쌓기는 했어도, 8강에 와서는 World Championship 전체를 통틀어 모든 탑 레이너 중 평균 데스 횟수에서 뒤에서 두 번째를 기록(2.3)함과 동시에 팀 통합 대미지 기여도에서 2위(25.7%)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TES와의 경기를 다시 본 뒤에야 저는 "Bwipo"가 팀전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유리한 교전 상황을 수없이 많이 찾아낼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TES의 선수들을 떨어뜨리고 챔피언 세 명을 동시에 붙잡아 자기 팀이 탱커 또는 최우선 목표를 잡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Bwipo”는 상황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그는 신지드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픽도 플레이할 수 있고, 심지어 TES와의 5게임에서 그는 캐리 역할을 맡아 17분째에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은 골드를 지니고 있기도 했으며 혼자서 Bai "369" Jia-Hao를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팀원이 너무 멀리 떨어지기는 했지만요.) 이러한 유연성이 이 선수의 핵심 특성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덤비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밝아 보이는 Fnatic의 미래
8강에서 Fnatic의 커뮤니케이션을 들은 이후 저는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성장점을 발견했습니다. 1게임에서 "Hylissang"이 "Rekkles"의 트리플 킬을 가능케 했던 환상적인 라칸 궁극기를 쓰게 된 과정입니다. "Bwipo"가 미드 웨이브로 가서 끝내라고 말했고, "Rekkles"는 잠시 안전한 플레이를 고려하다가 "Bwipo"에게로 마음을 돌려 "널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는 했던 그 Fnatic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경우 Fnatic의 선수들은 한 선수가 교전에 임하더라도 참전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제는 겪은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Rekkles" 스스로가 진화하고 있으며 그는 한 인터뷰에서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시즌을 바라보면서 Fnatic의 선수 명단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명망 높은 팀이 트로피 하나 없는 해에 만족할 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현재 선수 라인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Fnatic이 "Hylissang"과 "Bwipo"의 공격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으면 싶었으며, 이 두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팀원인 "Selfmade"와 함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눈에 선합니다.
G2가 유럽에 영원히 군림할 선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전 Fnatic의 라인업이 이에 필적할 만한 라인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